9보다 큰 수는 어떻게 곱할까?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다 외울 즈음이 되면 구구단에 나오지 않는 숫자들을 곱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구구단에 나오지 않는 숫자이니 9보다 큰 숫자, 10이나 15같은 숫자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요즘 교과과정이 좋아져서 방법을 설명하는 책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지는 건너 뛰고 계산 방법만 먼저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세로로 자리 맞추어서 숫자를 쓴 다음에 계산하는 세로셈을 배우게 되지요. (미국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더군요. 미국이고 한국이고 교과서는, 특히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는 자체는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대로 안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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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법을 먼저 보면, 5에다가 3을 먼저 곱하면 15가 되는데, 여기서 5만 먼저 적고 1은 십의 자리에 더할 거라서 따로 적어주지요. 그리고 나서 1에다가 3을 곱해서 3이 되면 아까 따로 적어 놓은 1과 합쳐서 4를 적어줍니다. 그래서 답은 45 (잘 몰라도 괜찮아요. 뒤에서 설명할 거에요.)

correct and wrong

아니면 위의 그림처럼 두 줄로 풀어 적기도 하는데, $1 \times 3 = 3$을 계산한 다음에 도대체 왜 한칸 밀어서 쓴 다음에 더해야 하는 지를 알 수가 없죠. 자리를 못 맞춰서 더하는 바람에 틀리는 때가 정말 많아요.

미국식 방법은 조금 더 낫습니다. 한국식 방법의 한 단계 이전을 가르쳐 주더군요.

usa15x3

15에다가 3을 곱하는 것은 10에다가 3을 곱한 거랑 5에다가 3을 곱한 것을 더한다.

미국식이 조금 더 알 듯 말 듯 한가요?

몰라도 괜찮아요. 이제 왜 저렇게 되는지 알아볼 거니까요.

1부에서는 어떻게 위 그림처럼 나누어서 계산할 수 있는지 까지만 해 볼 겁니다.

오오단 나라에서 온 친구

동쪽 오오단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 곱셈을 5 곱하기 5까지 밖에 안 외워도 된대요. (왜 동쪽인가… 서쪽에는 19단을 외우는 나라가 있어서 아마 반대편에 있지 않을까… 했다는…)

아… 외울 게 적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외울 게 이것밖에 안 됩니다.

2단 3단 4단 5단
$2 \times 1 = 2$ $3 \times 1 = 3$ $4 \times 1 = 4$ $5 \times 1 = 5$
$2 \times 2 = 4$ $3 \times 2 = 6$ $4 \times 2 = 8$ $5 \times 2 = 10$
$2 \times 3 = 6$ $3 \times 3 = 9$ $4 \times 3 = 12$ $5 \times 3 = 15$
$2 \times 4 = 8$ $3 \times 4 = 12$ $4 \times 4 = 16$ $5 \times 4 = 20$
$2 \times 5 = 10$ $3 \times 5 = 15$ $4 \times 5 = 20$ $5 \times 5 = 25$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 우리는 이미 다 아는 $7 \times 5$ 를 물어보았다면 그 친구들은 35가 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낼까요? 7을 5번 더해서 알아낼까요?

아뇨.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친구들은 딱 1 번 더했다는군요.

어떻게?

나누어서 정복하기 (Divide and Conquer)

$7 \times 5$ 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됩니다.

7x5

7 개씩 5줄을 놓은 다음에 다 세면 되겠죠. 하지만 다 세기가 귀찮아서 우리 처럼 구구단을 아는 사람은 7 개씩 5줄 있으면 35라는 걸 외우고 다녔던 거죠.

오오단을 외운 친구들은 이 문제를 이렇게 바라봅니다.

7개씩 묶어 놓은 것은 오오단에서 해 본 적이 없으니 7개식 묶지 말고

5개씩 묶은 거 따로 세고 2개씩 묶은 거 따로 세어서

더하자

그러니까, 그림을 이렇게 보기로 한 거지요.

5x5and2x5

한꺼번에 세지 말고, 노란 부분을 세고, 빨간 부분을 센 다음에 둘을 합쳐도 한꺼번에 센 거랑 같을 거잖아요.

그런데 노란 부분은 $5 \times 5 = 25$라서 오오단에서 이미 외웠던 거고, 빨간 부분도 $2 \times 5 = 10$ 이라서 오오단에서 외웠던 곱셈이었던 거죠.

그래서 25와 10 합해서(더하기 한 번) 35가 답이란 걸 찾아냈습니다.

방금 분배법칙(distributive property)이란 걸 해 본 겁니다. 이름은 난해하지만 주어진 곱셈에 따라 열 맞춰서 셀 것들을 늘어놓고, 한꺼번에 세지 말고 나눠서 센 다음 더해도 똑같은 답을 낼 수 있다는 것이죠.

$7 \times 9$ 은 어떻게 할까요? 오오단만 외운 친구들은 앞숫자 7도 5보다 크고 뒷 숫자 9도 5를 넘으니까, 한 번에 구하지는 못하고 나누어서 구할 수 밖에 없어요. 이렇게 나누었다고 합니다.

7x9

다 더하면 $25 + 10 + 20 + 8 = 63$

우리가 구구단에서 외운 거($7 \times 9 = 63$)랑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당연하겠죠 맞는 방법으로 풀었으니까요)

오오단 친구들이 곱셈 문제를 쪼개서 오오단에 나오지 않는 곱셈을 풀었듯이 우리도 곱셈 문제를 쪼개서 구구단에 나오지 않는 곱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가기 전에

구구단 말고 우리가 이미 아는 것

구구단에서 다루지 않는 곱셈 중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게 있어요. 바로 1단과 10단, 그리고 100단, 아마도 1000단도?

1단 10단 100단 1000단
$1 \times 1 = 1$ $10 \times 1 = 10$ $100 \times 1 = 100$ $1000 \times 1 = 1000$
$1 \times 2 = 2$ $10 \times 2 = 20$ $100 \times 2 = 200$ $1000 \times 2 = 2000$
$1 \times 3 = 3$ $10 \times 3 = 30$ $100 \times 3 = 300$ $1000 \times 3 = 3000$
$1 \times 4 = 4$ $10 \times 4 = 40$ $100 \times 4 = 400$ $1000 \times 4 = 4000$
$1 \times 5 = 5$ $10 \times 5 = 50$ $100 \times 5 = 500$ $1000 \times 5 = 5000$
$1 \times 6 = 6$ $10 \times 6 = 60$ $100 \times 6 = 600$ $1000 \times 6 = 6000$
$1 \times 7 = 7$ $10 \times 7 = 70$ $100 \times 7 = 700$ $1000 \times 7 = 7000$
$1 \times 8 = 8$ $10 \times 8 = 80$ $100 \times 8 = 800$ $1000 \times 8 = 8000$
$1 \times 9 = 9$ $10 \times 9 = 90$ $100 \times 9 = 900$ $1000 \times 9 = 9000$

이걸 우리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경험으로 알고 있지요. 빵이 5개면 빵 다섯개라고 말하는 것처럼, 1000이 5개면 5천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압니다. 100원짜리 동전 5개면 5백원이란 것도 말이죠.

구구단과 연결해서 아는 것

그리고 몇 가지는 구구단과 연결해서 알고 있습니다. 20단이나 30단을 외워본 적은 없죠? 하지만 이미 알고 있습니다. 200단 300단은요? 마찬가지죠.

20단 30단 200단 300단
$20 \times 1 = 20$ $30 \times 1 = 30$ $200 \times 1 = 200$ $300 \times 1 = 300$
$20 \times 2 = 40$ $30 \times 2 = 60$ $200 \times 2 = 400$ $300 \times 2 = 600$
$20 \times 3 = 60$ $30 \times 3 = 90$ $200 \times 3 = 600$ $300 \times 3 = 900$
$20 \times 4 = 80$ $30 \times 4 = 120$ $200 \times 4 = 800$ $300 \times 4 = 1200$
$20 \times 5 = 100$ $30 \times 5 = 150$ $200 \times 5 = 1000$ $300 \times 5 = 1500$
$20 \times 6 = 120$ $30 \times 6 = 180$ $200 \times 6 = 1200$ $300 \times 6 = 1800$
$20 \times 7 = 140$ $30 \times 7 = 210$ $200 \times 7 = 1400$ $300 \times 7 = 2100$
$20 \times 8 = 160$ $30 \times 8 = 240$ $200 \times 8 = 1600$ $300 \times 8 = 2400$
$20 \times 9 = 180$ $30 \times 9 = 270$ $200 \times 9 = 1800$ $300 \times 9 = 2700$

이건 왜 알고 있을까요? 모르고 있었더라도 표를 한 번 스윽 훑어보면, 20단은 2단과 똑같이 계산한 다음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되는 걸 알 수 있지요. 200단은 0을 두 개 붙이는 것이고요.

20x5

$20 \times 5$ 를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20이라는 숫자가 10이 두 개 모인 것이라는 걸 압니다. 동양에선 정말로 이-십 이라고 읽으니까요. 10이 두 개 있다는 뜻이죠. 10을 빵으로 바꾸어 볼게요. 그럼 이제 이-십이 아니라 두 빵이라고 읽어야 겠네요. 빵이 두개 있었는데, 이게 5배가 되었다고 하면, 빵이 10개가 되었다는 걸 압니다. 우리는 이걸 설마열 빵이라고 하겠죠. 다시 빵을 10으로 되돌려보면 10이 10개이고 그건 100이니까, 답은 100입니다.

다시말해, 숫자는 20, 200이라고 써 있지만, 우리는 십 2개와, 2개로 바꿔서 해석하기 때문에, 마치 사탕이 2개일 때 생각하는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해석합니다. 다행이죠. 이걸 배울 때 즈음에 그 정도의 경험과 직관이 있다는 건 말입니다.

드디어 우리 원래 문제로

자, 다시 $15 \times 3$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오오단 나라 아이들이 5를 넘어가는 숫자의 곱셈을 어떻게 하는 지 봤어요.

우리는 구구단을 외웠으니 9까지 하고 잘라야 할까요?

아니죠 :)

우리는 10단을 이미 안다고 했죠? 10이 넘어가면 10 기준으로 잘라서 계산하는 겁니다. (물론 10보다 작은 숫자 기준으로 잘라도 되요. 나중에 더할 때 조금 귀찮을 따름이죠.)

이제 동그라미 나열해서 갯수를 세는 것에서 넓이를 구하는 개념으로 바꾸어봅시다. (10 넘어가면 동그라미 다 그리기 힘듭니다…)

15x3

가로가 15이고 세로가 3인 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데, 15단을 외워본 적이 없으니, 가로 10에 세로 3인 사각형과, 가로 5에 세로 3인 사각형으로 따로 넓이를 구한 다음에 합치는 거죠.

그래서 $5 \times 3$에서 나온 15와, $10 \times 3$에서 나온 30을 합하는 겁니다.

(a)까지 해 본 거에요. 여기서 (b), (c) 처럼 계산이 빨라지라고 몇 가지 트릭을 더 쓰는데, 사실 본질적인 것은 아니에요. 본질적인 것은 잘라서 계산한 다음에 더한다 - 딱 여기까지입니다.

몇 가지 트릭은 2부와 3부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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