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언제부터 무언가를 셀 수 있게 되었을까요? 다른 포유류도 간단한 규칙들은 학습할 수 있지만, 무언가를 세는 데에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추상화가 필요합니다.
- 길가의 돌맹이 5개
- 내 왼손에 달린 손가락 5개
- 오늘이 월요일이니 토요일까지 5일 남았음
위 세 가지 경우에 대해서 아마도 오직 사람만이 공통점을 찾아낸다는 것이죠. 5라는 숫자 말입니다.
돌맹이 5개는 아마도 서로 모양이 똑같지 않겠죠? 모두 다르게 생긴 돌맹이일 겁니다. 사람이 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모양이라도 돌맹이라고 인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손가락은 손바닥에 다 붙어 있어서 결국 하나인데, 왜 이걸 5개로 보고 있을까요? 손에 붙어 있지만 우리는 손가락이라고 할 만한 영역을 따로 분리하고 거기에 손가락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시간은 어떤가요? 인류는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는 것을 보고 또 보아왔겠지요. 해가 뜨고 지고, 다시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간이 매번 반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반복되는 것의 최소단위를 하루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세는 것이죠.
자세히 보면 다르지만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
인간이 나름대로 분류해서 이름 붙인 것
우리는 이런 것들을 세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세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출발한 것이 자연수(natural number)이고, 이것이 모든 수의 시작입니다. (사실관계를 따지자면, 물건의 숫자를 세는 것까지는 자연스럽지만, 시간의 반복을 세고 그것을 수와 연관 짓는 것은 상당한 추상화와 개념 전개가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나중에 상당한 노력을 들여서 고안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자연스럽다 해 둡시다)
수를 어떻게 나타낼까?
무언가를 세었으면 그걸 나타낼 방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1, 2, 3, … 과 같은 숫자는 나중에 만들어져서 널리 퍼진 겁니다. 그 전에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들이 있었어요.
한번 옛날로 돌아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까 돌맹이 5개를 생각해 보면, 그걸 기록하고 싶을 때 돌맹이를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기록하는 건 손만 아픈 일이라는 걸 인간이라면 알고 최대한 간단하게, 점이나 선(작대기)으로 나타내었을 거에요.
그런데 하나 둘 셋까지는 보통 한 눈에 들어오지만, 그것보다 커지면 헛갈리거든요. 그래서 숫자가 커지면 다르게 적었습니다.
한자
한자에서 1, 2, 3을 볼까요?
일(一), 이(二), 삼(三)
자, 이제 패턴을 파악했으니 4(사)는 작대기를 네 번 그으면 될까요?
아니죠.
사(四)
5는?
오(五)
오(五)는 그래도 좀 낫네요. 획 5개로 만들어진 문자니까요. 그래도 작대기 5개를 그은 건 아니에요.
로마 숫자
로마 숫자는 어땠을까요? 로마 숫자는 알파벳을 나열해서 표현하는데요. 일단 문자 I를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일 (I), 이(II), 삼(III)
그럼 4는 아래로 작대기 네 개를 그었을까요?
아니요.
사(IV)
그럼 5는?
오(V)
6은 4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육(VI)
로마 숫자에서는 V가 5를 나태내고, 그 앞에 I을 쓰면 5에다가 1을 빼서 4를, V뒤에 I를 쓰면, 5에다가 1을 더해서 6을 나타내었습니다.
칠(VII), 팔(VIII), 구(IX), 십(X), 십일(XI), 십이(XII)
7은 5(V)에 2(II)을 더한 것, 8은 5(V)에다가 3(III)을 더한 것. 9는 10(X)에다가 1(I)을 뺀 것. 10은 X로 나타냅니다. 그래서 iPhone X를 아이폰 엑스가 아니라 아이폰텐이라고 읽어달라고 애플이 그러더이다 11은 10(X)에 1(I)을 더한 것으로 나타냅니다.
잠깐만요 아부지. 우리집 시계는 안 그렇던데요.
아, 그걸 알아내다니 시계에 쓰는 로마 숫자는 특이하게 IV대신 IIII으로 쓰기도 해요. 왜 그런지는 여러가지 설(說)만 많은데요.
- 역사적으로 그랬어. 묻지 마시라… 는 설
- 시계에는 4랑 8이 대칭되는 위치에 있는데, 8(VIII)이랑 IIII가 문자 갯수가 똑같으니 보기가 좋다(?)는 설
- 시계는 동그란데, 그러면 4를 뒤집어서 쓰게 되어서 이게 IV인지 VI인지 헛갈리니 그냥 4는 IIII로 6은 VI로 구분해서 썼다는 설
- 4를 IIII로 쓰면 시계 하나 만드는데, I는 20개, V는 4개, X는 4개 들어가는데, IV로 쓰면, I는 17개, V는 5개, X는 4개가 되어서 숫자가 안 예쁘다는 설…
물론 이것은 시계를 생산할 때 효율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20, 4, 4가 숫자가 딱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면서 양산할 수 있겠죠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숫자가 어느정도 커지면 무언가 다른 모양으로 바꾸어서 나타내는 게 한 눈에 보기에 훨씬 편합니다. 로마 숫자에서 보듯이 보통 5나 10을 기준으로 하면 편하죠. 굳이 5나 10이 기준이 된 이유는 우리 손가락이 다섯개이고 두 손 다 펼치면 10개라서 그럴 것이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손가락이 100개 쯤 되었으면 10개 넘어간다고 따로 어디 표시해 놓을 필요는 없었겠죠.
위치 기수법 (Position Notation)
계속 수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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