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풀다 보면, 반복작업이 너무 많아져서 자연스레 그 과정을 생략하고 싶어집니다. 대개 고등학교 수준까지의 수학에서 이런 반복 과정을 생략하고 싶으면,

  • 값을 기억하던가
    • 구구단
  • 구조나 패턴을 기억하던가
    • 공식

두 가지 중의 하나를 하면 됩니다.

수학이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고도 합니다만, 수학에도 분명히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시 외운다는 표현은 좀 부적절한 것 같아요. 익힌다거나 익숙해지는 거라고 해 봅시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제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일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체화 해서 의식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죠.

자전거 타는 법을 한 번 익히고 나면, 더 이상 페달을 어떻게 밟고 중심을 어떻게 잡을 지 신경쓰지 않고 어디로 갈 것인지만 신경쓰게 되는 거랑 같습니다.

우리 뇌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용량이 큽니다.

키워드만 알고 더 자세한 내용은 웹을 뒤져서 찾겠다던가,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계산이나 기록을 컴퓨터에 의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부분은 모르고 넘어가겠다 는 것과 같습니다. 적어도 머릿속에 칩을 넣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뉴럴링크)이 일상화되는 시대 이전까지는 말이죠. 뇌 용량을 믿고 한 번 도전해 봅시다.

다만

값이나 패턴이나 공식을 그냥 달달 외우는 것은 별 소용이 없습니다. 같은 과정을 하다 보니 지겨워서 저절로 알게 되고 찾게 된 것이라야, 혹은 그런 패턴이나 구조가 만들어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서 하나의 이야기 형태로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야, 설령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값, 구조, 패턴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구구단을 못 외웠다고 해 볼까요. 6단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인터넷을 뒤지지 않아도 6단 표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6을 두 번에서 아홉 번까지 더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값 외우기

초등학교 때 친구 중에 값의 곱을 외우고 다니던 애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를 문자 대신 3.14라는 근삿값으로(사이시옷 싫어요) 사용했었지요. (초등학생에게 무리수를 가르치긴 무리)

저는 그 애들이 신기했습니다. 저는 항상 3.14에 무슨 숫자가 곱해져 있으면 하나하나 계산했었는데, 이미 그게 지겨웠던 몇몇 친구들은 3.14의 배수를 외우고 다녔던 거죠.

배수 결과
3.14 1.57
3.14 1 3.14
3.14 2 6.28
3.14 3 9.42

결과는? 답의 차이는 없었지만, 친구들은 놀 시간이 더 늘었죠.

아마 여기 기사에 나신 분도 저런 거 외우고 다니는 분일 듯… Perfect Receipt

구조, 패턴 기억하기

구조나 패턴이 항상 눈에 저절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겹게 하다가 쉽게 할 방법 없나 하고 패턴을 찾다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거예요. (일부 천재 제외합니다)

원뿔의 겉넓이 공식

다시 초등학교 때 이야기입니다.

원의 넓이와 원주율을 배우고 나서 원뿔의 겉넓이 구하는 문제가 종종 나왔더랍니다. (원뿔의 부피를 구하는 것은 아마 초등학교 때 지식으로 증명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우니 겉넓이까지만 한 거겠죠)

그런데 문제 개수가 너무 많은 거예요. 좀 더 쉽게 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왔는지 볼까요. 이런 원뿔 있으면 부채꼴과 아래쪽 원 넓이를 더하면 되겠죠.

원뿔의 겉넓이 문제

  • 아래쪽 원 넓이: 이건 쉽죠. 반지름이 1이라고 했으니,

  • 부채꼴 넓이: 부채꼴과 같은 반지름을 가지는 반듯한 원 넓이를 구한 다음, 부채꼴이 그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구해서 그만큼의 넓이만 취하면 됩니다.
    • 부채꼴이 포함된 원의 넓이는
    • 부채꼴이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원둘레 길이와 부채꼴의 호의 길이 사이의 비율로 알 수 있습니다.
      • 원둘레 길이는
      • 부채꼴 호의 길이는 아랫면 원의 둘레 길이와 같으니까
      • 다시 말해 부채꼴의 해당 원 넓이의 딱 반이겠네요.
      • 그러니 부채꼴의 넓이는
  • 답은,

답 구하는 과정은 간단한데, 매번 이걸 반복하기는 귀찮은 작업이죠. 정작 문제에서는 아래쪽 원 반지름과 부채꼴의 반지름 길이만 바뀌거든요.

반지름을 , 부채꼴 반지름을 이라고 하고, 위의 식을 그대로 옮기면, 겉넓이 일반화

부채꼴 넓이: 혹은

아래쪽 원 넓이: 혹은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런 작업을 할 때 숫자들을 미리 계산하지 마세요. 다 늘어놓고 마지막에 처리하는 게 숫자가 사라지는 희열 을 느끼기에도 좋고 패턴 파악하는 데에도 좀 더 쉽습니다)

으하하 이렇게 예쁘게 나올 줄이야.

하면서 아주 기뻐했었죠. 요즘에는 아마 어느 문제집에도 나올법한 공식이고 인터넷 찾아보면 쉽게 나오지만, 인터넷 없던 시절에 교과서에 없는 거 하나 알았다고 혼자서 흐뭇해했습니다. 이미 있는 공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계산이 귀찮아서 이리저리 알아보면서 만들어 본 거라 이후로도 유용하게 썼고, 잘 까먹지도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소위 기초수학에 나오는 공식들은 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보면 그 시작부터 완성된 패턴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서 기억에 더 오래, 생생하게 남을 겁니다.

다른 글에서도 공식이 나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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