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을 편하게 쓰기 위해서 많은 블로그를 거쳐 왔던 것 같습니다. 네이버나 티스토리에서 처음 시작을 했었고, 다음 블로그도 사용했고, 텀블러도 사용해 보았고, 블로거도 아주 잠시 이용했었고, 브런치도 한 번은 들여다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더군요. 아주 개인적인 일들은 일기장 앱을 이용하고, 조금이나마 나눌만한 이야기들은 페이스북에서 친구와만 공유합니다. 그리고 긴 글은 블로그에 적게 되는데, 전공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다 보니 길게 적을 만한 주제들은 보통 코딩이나 수식을 적지 않으면 글을 전개하기 어려워서 글을 쓰다가 말거나 아예 새로운 글쓰기를 꺼리게 되더군요.
그나마 그 목적에 가장 맞는 것이 워드프레스여서 한 동안은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설치형이 아닌 경우에는 자유도가 생각보다 낮아서, 예상치 못한 광고에 당황하고, 제가 원하는 script를 삽입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특히 코드를 삽입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물론 구글 뒤지다 보면 답이 있겠지만요)
그러던 와중에 github pages를 통해서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고, Jekyll이라는 좋은 블로깅 도구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 이것으로 갈아탔습니다.
왜 갈아탔나?
- git 연습하려고
- 글에만 집중하려고
- 깔끔한 수식입력과 코드 입력을 위해서
…라지만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Software Engineer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저는 git을 전혀 쓸 줄을 몰랐습니다. 써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직장에서는 소스 버전 관리 및 협업 도구가 따로 있어서 그것만 쓰다 보니, 요즘 개발자들은 다들 쓰고 있는 것 같은 git이라는 물건을 저만 모르는 것 같더군요.
어차피 다른 코딩을 할 이유는 없겠고, 블로깅을 하기 위해서 git을 만져볼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git을 연습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논문을 준비하거나 발표 내용을 정리할 때, writeroom 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었습니다. (아직도 있네요? 한동안 안 썼는데) 다른 창 다 안 보이게 하고 까만 화면에 텍스트만 입력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었죠. 오히려 다른 걸 못하고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이 긴 글 쓰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Markdown도 아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아직 쓸 줄 모릅니다(코딩만 하고 살았나 봅니다)만 어떤 텍스트 편집기든 들고서 글의 decoration에 상관없이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십 수년 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코딩 모임을 이끌던 적이 있었는데,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코드를 어떻게 게시판에 제대로 보이게 하는가였죠. 들여쓰기(indentation)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 < 기호라도 들어가면 전체 게시판 렌더링이 다 깨질 판국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했던 작업이 코드를 넣으면 게시판에 정확하게 보이도록 letter와 html tag 변환(highlight 기능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을 해 주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c++밖에 쓸 줄 몰라서 간단한 스크립트 작업임에도 그것으로 했는데, 아주, 아주, 아주 유용했어요.
글을 쓰고 그 프로그램을 돌리고 다시 게시판에 붙여넣던 시절과 비교하니 (십수 년이 지나도 세상이 안 바뀌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repository에 markdown으로 만든 텍스트 파일 하나만 push하고 나면 웹에 글이 하나가 딱 하고 생기니, 훨씬 나아진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수식입력도
으로 그냥 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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